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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POSITIVE AND CREATIVE!
​거리를 바꾸는 런던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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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움츠러들고 있을 때, 런던 도심에는 화사한 네온 컬러의 눈에 띄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제가 약속합니다. 더 나은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로가 있는 한 괜찮을 것입니다.” 지금 런던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 로 꼽히는 잉카 일로리(Yinka Ilori)의 벽화였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그는 아프리카 전통 직물에서 영감을 받은 강렬한 색채를 바탕으로 다양한 건축, 공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신진 디자이너다. 최근에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 머물지 않고, 거기에 윤리의식을 담아낸 공공 디자인도 눈에 띄는데, 특히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담긴 컬러풀한 벽화는 거리의 사람들을 늘 미소 짓게 한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런던의 뒷골목을 비롯해 전 세계의 담벼락과 건물 외벽은 쉴 틈 없이 거리 아티스트들의 전용 캔버스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잉카 일로리의 벽화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다.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정치적 담론 아래 펼쳐 지는 예술, 낙후된 동네를 부흥하는 목적의식 하나로 세월의 때를 억지로 지우는 덧칠 행위에 사람들은 더이상 감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이 유럽의 공공 디자인은 도시 전체의 미감, 기능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진행돼 왔다. 후미진 골목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그려낸 예술을 그래피티 문화로 키우는가 하면, 사회적 차원에서는 폐쇄된 철로나 문 닫은 옛 공장, 창고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예술 공간이나 공원으로 바꾸는 도시 재생, 즉 도시 공간의 공공성 사업으로 확장해나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최근 공공 디자인에 참여하는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포장지로 도시를 예쁘게 덮는 기존의 방식을 거부한다. 그들은 도시의 다양성과 차이점은 고려하지 않은 채 복제와 청사진만을 따라가는 공공 디자인에서 철저히 벗어나 있다. 그 대신 커뮤니티의 라이프 스타일과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며 공공 영역에 맞는 창의적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에 몰두한다.이는 공공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생활 속에서 문화적 향유를 즐길 수 있는 기능적 역할과 공공의 편리함과 유익함, 더 나아가 지역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브랜딩 작업 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년 런던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 예술 프로젝트 중 하나 로 꼽히는 왈라라 퍼레이드(Walala Parade)가 대표적 사례. 런던 동부 지역의 거리 예술 집단 우드 스트리트 월즈(Wood Street Walls)는 시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협력해 시 민들로부터 모금을 받고, 디자이너 카밀레 왈라라(Camille Walala)와 거리 전체를 바꾸 는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벌였다. 특이한 점은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이 아니 라, 동네 커뮤니티가 주축이 되어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오래 지켜나갈 수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고,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것. 낙후된 거리에 밀집한 건물 8채의 외관을 바꿔나가는 과정 또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기여한 최신 공공 디자인 사례로 꼽힌다. “거리를 둘러싼 예술과 색채는 지역에 긍정적인 기운과 놀라운 힘을 불러올 것입니다. 공공의 작품은 지역사회에 오래 지속되는 에너지를 주입할 거고요. 지역 공동체가 이끄는 프로젝트에 영감을 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카밀라 왈라라는 프로젝트 완수 후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함께 호흡하는 공공 디자인. 요즘 런던의 디자이너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도시의 사용자, 즉 지역 공동체를 향한 세심한 배려로 새로운 세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Published by Living Sens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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